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함께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이하 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한 번에 한하여 기존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의 핵심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임차인은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고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법의 취지와 달리 현장 실무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맞서며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맹점과 갈등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거나 긴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실무 분쟁 사례들을 심층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1. 실거주 예외 사유를 악용한 거짓 거주 분쟁과 손해배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임대인의 방어 수단은 바로 ‘임대인(직계존속 포함)의 실제 거주’ 사유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여 세입자를 내보낸 뒤 실제로는 다른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으로 세를 놓거나 매도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 분쟁의 핵심: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여 세입자가 이사했는데, 알고 보니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거나 집이 매각된 경우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거절일로부터 2년 이내에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실무적 입증의 어려움: 세입자 입장에서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사 나간 집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의 ‘전입세대열람내역’을 주기적으로 발급받아 보아야 한다.
- 대응 전략: 갱신 거절 당시 임대인에게 실거주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증명이나 명확한 의사표시(문자, 녹취 등)를 요구해야 한다. 만약 거짓으로 판명되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정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거절 당시 환산월세 3개월분, 갱신 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새로운 임대차 계약으로 얻은 환산월세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에 따라 적극적으로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
2. 묵시적 갱신 후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여부 논란
임대차 기간이 만료될 때 별다른 의사표시 없이 지나쳐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 나중에 세입자가 “나중에 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주장하면서 벌어지는 분쟁이다.
- 법적 기준의 이해: 대법원 판례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석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것은 임대차 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보며, 이 경우에는 법정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즉, 묵시적 갱신 이후에도 세입자는 여전히 최초 계약에 대한 1회의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남아 있다.
- 현장 실무에서의 갈등: 임대인들은 “이미 연장되어서 살고 있으니 갱신청구권을 다 쓴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반면, 세입자는 “법적으로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적이 없으므로 지금부터 2년을 더 쓸 수 있다”고 맞선다. 이로 인해 계약 종료 시점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감정 싸움이 격화된다.
- 실무적 해결 팁: 계약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2020년 개정법 기준)에 당사자 간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명확한 내용증명이나 서면을 통해 “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임을 확정한다”고 통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3.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시기) 위반으로 인한 실효 분쟁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은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이다. 이 기간을 놓치거나 잘못 계산하여 발생하는 분쟁이 매우 빈번하다.
- 시기 산정의 착오: 과거에는 종료 1개월 전까지였으나 법 개정으로 2개월 전까지로 변경되었다. 실무에서는 계약 만료일을 정확히 언제로 볼 것인가, 그리고 ‘2개월 전’의 기산점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
- 임대인의 선제적 매도 통보 시 충돌: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임대인이 주택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새로운 매수인(새로운 집주인)이 “내가 직접 거주하겠다”며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실무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판례에 따르면, 세입자가 적법한 기간 내에 기존 임대인에게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주택의 소유권 이전등기(매매)가 완료되어 새로운 집주인이 지위를 승계했다면, 새로운 집주인은 본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 대응 지침: 세입자라면 계약 만료 6개월 전이 되는 시점에 지체 없이 갱신청구권 행사 의사를 내용증명 등 입증 가능한 수단으로 발송해야 한다. 임대인의 매각 움직임이 포착된 상황에서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버티다가 새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4. 차임(월세) 및 보증금 증액 한도(5%) 계산 실무 갈등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임대인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릴 수 있다. 이때 상한선은 기존 보증금 또는 차임의 5%로 제한되지만, 이 5%를 산정하는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 분쟁 유형: 임대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5%씩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세입자는 “보증금과 월세를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전체 합산액의 5% 이내에서 조율해야 한다”며 대립한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지자체 조례의 제한 범위나,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산정률(전월세전환율) 계산 오류로 인한 분쟁도 많다.
- 실무적 기준: 증액 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5%를 초과할 수 없으며,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정위원회나 소송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임의로 5%를 초과하여 증액을 요구하고 세입자가 이를 거부했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 주의사항: 5% 증액 제한은 강행규정이므로, 이를 초과하여 지급한 계약금액은 무효에 해당하며 초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서 특약에 “갱신 시 5%를 초과하여 증액한다”고 미리 적어두었더라도 법적 한도를 넘는다면 무효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 법인 임대인의 지위 변화 및 실거주 항변 불가 사례
임대인이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인 경우,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와 관련하여 독특한 실무 분쟁이 발생한다.
- 법인의 실거주 주장의 허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실거주 갱신 거절 사유는 ‘임대인 본인 또는 직계존속·직계비속’의 거주를 상정하고 있다. 법인은 자연인이 아니므로 법인 자체는 ‘실거주’를 할 수 없다.
- 실무적 갈등: 법인 소유의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법인 대표이사가 “내가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하니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법인과 대표이사는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해 대표이사가 개인적 사유로 실거주를 주장하며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및 주무부처의 확고한 유권해석이다.
- 실무적 대처: 법인 명의의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라면,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할 때 이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법인은 실거주 예외 사유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갱신청구권이 온전히 보장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이지만, 그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도화선이 된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양 당사자는 법적 기한을 준수하고, 구두 합의보다는 내용증명이나 서면 합의 등 객관적인 증거를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만 소모적인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답글 남기기